남북한을 오가는 자유 | 경기만 에코뮤지엄

경기만의 유산


남북한을 오가는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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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는 세계적 멸종위기 조류로써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 BLI(BirdLife International) 세계조류보호연맹 멸종위기종,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목록에 올라 있다. 총 여섯 종류의 저어새 중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새는 저어새와 노랑부리 저어새이다. 이들은 다른 저어새류보다 더욱 심각한 멸종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는 한반도 서해안 남·북한 접경지역에 위치한 무인도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국 요령성(遼寧省, Liaoning) 무인도에서도 일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은 홍콩에서 부착한 위성추적장치(PTT) 이동경로에서 확인되었다.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저어새 중 일부가 홍콩에서 우리나라로 이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도착지는 DMZ와 북한의 해안이었다. 이 정보를 전달 받은 국내 연구자들은 저어새 번식지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 경기만 일대의 남북한 접경지역 무인도를 대상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당시 북방한계선(NLL, Northern Limit Line)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 군사지역이었다. 그러나 국제적 멸종 위기에 놓인 저어새와 그 서식지를 보전하려는 노력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사람들이 출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1999년 한국교원대학교 김수일 교수팀을 중심으로 하는 저어새 탐사팀은 경기만 일대의 섬 가운데 석도와 비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후 본격화된 탐사 결과 강화도 인근 무인도 역섬, 각시바위 등의 서식지가 새롭게 발견되었다. 이는 경기만 일대 저어새 번식지의 생태적 중요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 7월 문화재청은 인천시 강화군 소재의 해안 갯벌과 무인도서 등 총 4억 4,816만 평을 천연기념물 제 419호로 지정했다. 2000년 초반 저어새 연구가 시작된 이후 2014년까지 알려진 경기만 일대의 저어새 번식지는 유도, 요도, 석도, 비도, 수리봉, 함박도, 각시암, 수하암, 서만도, 갑죽도, 황서도, 구지도, 남동유수지, 상여바위, 매도, 백령도 등으로 밝혀졌다. 서식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북한 해주반도 일대의 무인도를 포함한다면 훨씬 많은 저어새가 경기만 일대에서 번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저어새는 둥지를 떠날 시기가 되면 어미를 따라 남북한 갯벌과 강하구를 넘나든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곳, 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되어 시시때때로 충돌이 발생하는 한복판에서 저어새는 밥을 푸는 주걱 같은 부리를 저으며 유유히 살아간다. 인위적인 간섭이 배제된 사회역사적 조건이 저어새의 번식지를 지켜온 것이다. 북한에서는 1995년부터 저어새 번식생태 연구를 시작했다. 대동강 하구에 위치한 무인도 덕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처음 국제사회에 알려졌을 때, 연구를 수행했던 북한 국적의 정종렬 교수는 국내 방송의 인터뷰에서 망설임 없이 “저어새는 우리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새”라고 말했다. 한반도의 서해안 갯벌에서 번식하고 남북한을 오가며 그 생명을 지켜가는 저어새는 우리 민족과 운명을 같이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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